<한국 기업이 미국 특허소송 소장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핵심 — 헤이그 송달협약 절차, 이메일을 통한 대체송달, 송달 후 21일 응답 기한, 디폴트 판결 위험까지 실무 관점에서 정리하였다.>
미국 동부 텍사스 지방법원(EDTX), 델라웨어 지방법원(DDE) 등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은 매년 수십 건씩 제기된다. 문제는 많은 한국 기업이 소장이 도착한 시점과 응답 의무가 발생하는 시점, 그리고 응답 기한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점이다. 디폴트 판결(default judgment)이 한 번 내려지면 수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이 자동으로 확정될 수 있는 만큼, 송달 단계의 정확한 이해는 방어의 출발점이다.
1. 한국 기업에 대한 정식 송달 — 헤이그 송달협약(Article 5) 단일 경로
대한민국은 2000년 1월 13일 헤이그 송달협약(Hague Service Convention)에 가입하였다. 미국과 한국 모두 협약 가입국이므로, 미국 법원이 한국 소재 기업에 대해 정식 송달을 진행하려면 원칙적으로 이 협약을 따라야 한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한국은 협약 제5조(중앙당국 경유)만 인정한다. 우편 송달, 외교관·영사 직접 송달, 사인(私人) 송달 등 협약 제10조에 규정된 대체 방식들에 대해서는 모두 명시적으로 이의(objection)를 표명하였다. 따라서 미국 원고가 단순 우편(EMS, FedEx 등)으로 한국 기업에 소장을 보내는 것은 정식 송달로 인정되지 않는다.
- 송달 절차는 법원행정처(Korean Central Authority)가 중앙당국 역할을 하며, 송달 신청 → 한국어 번역본 첨부 → 관할법원 송달관 집행의 3단계를 거친다.
- 소장 및 부속서류 전체의 한국어 번역이 의무이다. 번역이 누락되면 신청이 반려된다.
- 평균 소요 기간은 3~6개월이며,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 통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 점이 첫 번째 함정이다. 한국 기업이 “아직 소장이 안 왔으니 괜찮다”고 안심하는 동안, 원고 측은 이미 헤이그 절차를 진행 중일 수 있다.
2. 두 번째 함정 — 미국 법원이 명령하는 “대체송달”
한국이 헤이그 협약에 가입했음에도, 미국 원고는 종종 연방민사소송규칙 제4조 (f)(3)항(Rule 4(f)(3))에 따른 대체송달(alternative service)을 신청한다. 이 조항은 “국제 협약이 금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이 명령하는 방법”으로 외국 피고를 송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대표적인 대체송달 방식은 다음과 같다.
- 피고 회사의 미국 자회사 또는 미국 변호인에게 송달
- 이메일 송달 (제품 문의 응대 이메일, IR 담당자 이메일 등)
- 피고 임원의 링크드인 메시지 또는 SNS
- 미국 내 계열사 사무소로의 직접 교부
특히 텍사스 동부지방법원과 서부지방법원은 특허분쟁 명소(patent venue)로서, 외국 피고에 대한 대체송달 신청을 비교적 폭넓게 허용해 왔다. 다만 2025년 12월 제2순회항소법원의 Smart Study v. Shenzhenshixindajixieyouxiangongsi 판결은, 헤이그 협약 가입국 피고에 대한 이메일 송달을 협약 위반으로 보아 디폴트 판결을 무효화하였다. 이 판례는 향후 한국 기업에 대한 이메일 송달 시도를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항소권역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3. “이메일 열람 = 송달”인가 — 흔한 오해의 정정
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표현 중 “이메일을 열어본 순간 송달이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표현이다.
정확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 이메일 열람 자체는 송달이 아니다. 미국 법원의 송달 명령이 선행되지 않은 단순 이메일은 법적 효력이 없다.
- 그러나 법원이 Rule 4(f)(3)에 따라 이메일 송달을 명령한 경우, 그 명령에 따라 발송된 이메일이 피고의 메일 서버에 정상적으로 도달한 시점부터 송달이 완성된 것으로 보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 특히 원고 측이 RPost와 같은 추적형 이메일 서비스를 사용해 수신·열람 시점을 입증한 경우, 법원은 이를 송달의 적법성 근거로 인정해 왔다(Microsoft Corp. v. Goldah.com, 2017 등).
요약하면, 수상한 영문 이메일 한 통도 절대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 “patent infringement,” “complaint,” “summons,” “default” 같은 단어가 포함된 이메일은 즉시 사내 법무팀 또는 미국 변호사에게 전달해야 한다.
4. 송달이 완성되면 — 21일의 시계가 시작된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다.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12조 (a)(1)(A)(i)항에 따르면, 피고는 소장 및 소환장(summons)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에 답변서(answer) 또는 각하신청서(motion to dismiss)를 제출해야 한다.
- 송달일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으며, 그 다음 날부터 토·일·공휴일을 모두 포함하여 일수를 센다(Rule 6(a)).
- 21일째 되는 날이 토·일·공휴일이면 그 다음 영업일까지 연장된다.
- 송달 면제(waiver of service)에 동의한 경우, 외국 피고는 90일까지 응답 기한이 연장된다(Rule 4(d)(3)). 따라서 원고가 송달면제 신청서를 보내올 경우, 응답 기간 확보를 위해 동의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
기한 내 응답을 하지 않으면 궐석판결(default judgment) 절차가 개시될 수 있으며, 일단 디폴트가 선언되면 이를 뒤집기 위해서는 “정당한 사유(good cause)”를 입증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5. 한국 기업의 실무적 대응 체크리스트
송달 위험에 노출된 한국 기업이 평시에 갖추어야 할 준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항목 | 권장 조치 |
|---|---|
| 국제 우편물 모니터링 | 영문 법률 문서, 한국어 번역본이 첨부된 우편물 도착 즉시 법무팀 전달 체계 구축 |
| 이메일 필터링 정책 | “complaint,” “summons,” “USDC” 등 키워드 포함 이메일은 자동 분류 및 보관 |
| 미국 자회사·연락사무소 관리 | 자회사가 본사 분쟁 관련 서류를 수령했을 때의 보고 라인 명문화 |
| 외부 미국 IP 로펌 사전 계약 | 송달 인지 후 24시간 내 자문 가능한 패널 로펌 확보 |
| 전사적 임원 교육 | 임원 개인 이메일·링크드인으로 도착하는 영문 법률 통지의 처리 절차 공지 |
6. 마치며
미국 특허소송에서 송달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응답 기한이라는 시계의 시작점이며 디폴트 판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방지하는 첫 방어선이다. 한국 기업은 헤이그 협약을 통한 정식 송달 외에도, 미국 법원이 점차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대체송달 — 특히 이메일을 통한 송달 — 의 위험에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다. 실제 소송에 노출되었거나 그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즉시 미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의 자문을 받기를 권한다.
📎 참고 자료
- 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Rule 4(f), Rule 4(d)(3), Rule 12(a)(1)(A)(i).
- Hague Convention on the Service Abroad of Judicial and Extrajudicial Documents in Civil or Commercial Matters (1965), Articles 5, 10.
- Republic of Korea — Declarations and Reservations to the Hague Service Convention.
- In re OnePlus Technology (Shenzhen) Co., Ltd., Federal Circuit (2021).
- Smart Study Co., Ltd. v. Shenzhenshixindajixieyouxiangongsi, No. 24-313 (2d Cir. Dec. 18, 2025).
- Microsoft Corp. v. Goldah.com Network Tech. Co., No. 17-CV-2896-LHK (N.D. Cal. Oct. 11, 2017).
- Finnegan, “Patent Litigation’s Uncertain Intersection Between Venue and Alternative Service of Process” (2024).
- Winston & Strawn, “Discretion on Display: Alternative Service Under Rule 4(f) in EDTX”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