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특허 진보성의 핵심, Could-Would 접근법 — “할 수 있었다”가 아닌 “했을 것이다”

미국 특허법이 KSR v. Teleflex (2007) 이후 teaching-suggestion-motivation 테스트의 엄격함을 완화한 것과 정반대로, 유럽 특허청(European Patent Office, EPO)은 지난 40년 동안 일관되게 엄격하고 구조화된 진보성 판단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 체계의 결론부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Could-Would 접근법이다.

핵심 문장은 이렇게 표현된다. “통상의 기술자가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을 적응·수정하여 청구항의 발명에 도달하는 것이 할 수 있었던(could) 일이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했을 것이냐(would) 가 진보성 판단의 기준이다.” 본 글에서는 이 한 문장이 어떻게 EPO 진보성 실무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국 출원인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대응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1. 법적 출발점 — Article 56 EPC

유럽특허협약(European Patent Convention, EPC) 제56조는 진보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발명은 그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person skilled in the art)에게 기술 수준(state of the art)에 비추어 자명하지 아니한(not obvious) 경우 진보성을 가진 것으로 본다.”

이 한 문장의 추상성이 곧 모든 출원인과 심사관 사이 논쟁의 근원이다. “자명하다”“자명하지 않다” 의 경계를 누가 어떻게 그을 것인가? EPO는 이 추상적 기준을 예측 가능하고 후견 편향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구체화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Problem-Solution Approach(이하 PSA) 라는 판단 프레임워크를 정립해 왔다.


2. Problem-Solution Approach — 3단계 개요

EPO Guidelines for Examination, Part G-VII에 따르면 PSA는 다음 3단계로 구성된다.

단계내용
1단계가장 가까운 선행기술(closest prior art, D1) 의 선정
2단계객관적 기술적 문제(objective technical problem, OTP) 의 도출
3단계OTP로부터 출발하여 청구항의 발명이 자명했는지 Could-Would 접근법으로 평가

이 중 2단계의 OTP 도출은 다시 세부 단계로 나뉜다. 청구항과 D1의 구별 특징(distinguishing features) 식별 → 그 특징이 만들어내는 기술적 효과(technical effect) 규정 → 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문제 재공식화. 여기서 결정적 원칙은 문제 정의에 해결의 단서가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T 229/85). 만약 문제에 해결책이 미리 들어 있다면, 이는 이미 후견적 판단(hindsight) 이 되어버린다.

📚 EPO Guidelines G-VII, 5.2 (March 2024 Edition); Technical Board of Appeal Decision T 229/85.


3. Could-Would의 분기점 — T 2/83의 결정적 통찰

PSA의 마지막 3단계에서 Could-Would 접근법이 등장한다. 그 법리적 출발점은 1984년 EPO 기술항소위원회(Technical Board of Appeal)가 내린 T 2/83 결정이다. 이 결정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통상의 기술자가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을 적응 또는 수정하여 발명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는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선행기술이 그를 그렇게 하도록 촉발(incited) 하여, 어떤 개선이나 이점의 기대(expectation) 속에서 실제로 그렇게 했을 것인지가 본질이다.

📚 T 2/83,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1984).

이 한 문단이 유럽 진보성 실무 전체를 재편하였다. Could기술적 가능성만을 묻는 약한 기준이다. Would는 동기(motivation)와 기대(expectation)까지 요구하는 강한 기준이다. 두 기준은 완전히 다른 판단을 낳는다.


4. Could와 Would의 정확한 차이 — 가상 예시

이 차이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가상의 청구항이 “고무 호스에 황동 보강 와이어를 삽입한 고압 유체 라인“이라 하자. 선행기술 D1은 스테인리스 보강 와이어를 사용한 동일한 호스를 개시하고 있다. D2는 황동이 스테인리스보다 부식 저항이 우수하다는 일반 재료공학 지식을 담은 교과서이다.

Could 분석 (약한 기준, 채택 시 진보성 부정):

  • 통상의 기술자는 D1의 스테인리스 와이어를 황동 와이어로 치환할 수 있는가?
  • 답: 예. 두 재료 모두 와이어로 가공 가능하므로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 → 자명 → 진보성 부정

Would 분석 (EPO 채택 기준):

  • 통상의 기술자가 D1에서 출발해 D2의 교과서를 결합할 동기가 있었는가?
  • D1이 부식 문제를 언급하는가? D2가 호스 보강용 와이어 맥락에서 황동을 권장하는가?
  • 만약 D1이 부식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고, D2도 보강 와이어 맥락이 아니라면 → 통상의 기술자는 그 두 문서를 결합할 동기가 없다
  • → 자명하지 않음 → 진보성 인정

같은 선행기술 쌍이라도 Could 기준에서는 자명하지만, Would 기준에서는 진보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것이 EPO가 출원인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이다.


5. Would를 입증하는 동기(Motivation)의 원천

심사관이 Would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통상의 기술자가 두 선행기술을 결합할 동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명시해야 한다. EPO 실무상 인정되는 동기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 선행기술 내부의 명시적 가르침(explicit teaching) — D1이 “부식 저항이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수명이 개선된다”고 명시한 경우
  • 선행기술 간의 상호 참조(cross-reference) — D1이 D2를 인용하거나, 동일 분야 표준 교과서를 함께 고려하는 경우
  • 기술 상식 또는 공지된 일반 지식(common general knowledge, CGK) — 표준 교과서, 핸드북, 학술지 종합 리뷰
  • 명백한 시도(obvious to try) 상황 — 선택지가 합리적으로 제한된 수로 좁혀지고, 그중 하나를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반대로 동기가 부정되는 경우도 명확하다.

  • 선행기술 간 기술적 비호환성(incompatibility) — 두 문서의 특징이 본질적으로 양립 불가
  • 선행기술의 반대 가르침(teaching away) — D1이 “황동은 사용하지 마라”고 명시한 경우
  • 단순한 우연한 발견의 영역 — 통상의 기술자가 시도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영역

📚 EPO Guidelines G-VII, 5.3 (March 2024 Edition); Case Law of the Boards of Appeal, I.D.5 (10th Edition, 2022).


6. 합리적인 성공의 기대 —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

Could-Would 접근법의 또 다른 결정적 요소가 Reasonable Expectation of Success 이다. T 2/83의 “기대(expectation)” 라는 단어는 단순한 희망(hope)과 구별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실무적 변화가 있었다. 2019년 이전 EPO Guidelines G-VII, 5.3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in the hope of solving the objective technical problem or in expectation of some improvement or advantage…”

그러나 2019년 11월 Guidelines 개정과 Case Law of the Boards of Appeal 2019년 7월판부터 “hope”라는 단어가 삭제되어,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in expectation of some improvement or advantage…”

이 개정의 의미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이전에는 통상의 기술자가 해결의 희망을 가졌다면 자명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었지만, 개정 후에는 구체적인 개선이나 이점에 대한 기대기술적 근거에 기초하여 입증되어야 한다. 진보성 부정의 문턱이 한 단계 더 높아진 것이다.

📚 EPO Guidelines G-VII, 5.3 (November 2019 revision); Kluwer Patent Blog, “Hope or no hope in inventive step” (2020).


7. Comvik 접근법 — 비기술적 특징의 배제

소프트웨어·비즈니스 방법 발명에서 특히 중요한 보조 원칙이 Comvik 접근법(T 641/00, 2002) 이다. 이 결정은 다음을 확립하였다.

비기술적 특징(non-technical features)기술적 효과를 통해 기술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진보성 평가에 반영된다. 단순한 비기술적 요건은 해결되어야 할 문제의 일부로 격하되며, 진보성 기여가 될 수 없다.”

즉 단순한 사업적 아이디어, 추상적 알고리즘, 정신적 행위 등은 Could-Would 분석 자체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는 한국 출원인이 비즈니스 방법 발명을 유럽에 출원할 때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결정적 차이이다.

📚 T 641/00 (Comvik), Technical Board of Appeal 3.5.01 (26 September 2002).


8. 후견적 판단 회피 — Hindsight Avoidance

Could-Would 접근법의 제도적 목적후견적 판단을 차단하는 것이다. 심사관은 이미 발명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선행기술을 평가한다. 따라서 “이런 정도는 자명하다” 라는 판단은 항상 발명을 본 뒤의 평가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T 800/91 결정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식화하였다.

“객관적 기술적 문제는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기술만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해결하고자 했을 문제로 정의되어야 하며, 발명에 대한 지식이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를 경향적으로(tendentiously) 정식화해서는 안 된다.”

📚 T 800/91,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즉 진보성 부정을 위해서는 문제도, 동기도, 기대도 모두 발명 이전의 정보로만 구성되어야 한다.


9. UPC의 채택 — 통일특허법원에서의 최신 동향

2023년 6월 운영을 개시한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 UPC) 도 최근 판결을 통해 EPO의 Could-Would 접근법을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 UPC_CFI_239/2023 (Plant-E v Arkyne)UPC_CFI_501/2023 (Meril v Edwards) — 선행기술이 변경될 수는 있었지만 변경되었을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
  • UPC_CoA_335/2023 (10x v Nanostring) — 항소법원이 최초로 진보성을 다루며 Would-not-Could 원칙을 인용
  • UPC_CFI_1/2023 (Sanofi v Amgen)“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적 기여 없이 청구항에 포함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된다”

다만 UPC는 EPO의 PSA를 완전히 동일하게 적용하지는 않으며, 보다 holistic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UPC 판례 누적과 EPO 실무 사이에 조화 또는 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가 유럽 IP 실무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 J A Kemp, “The UPC’s evolving approach to inventive step” (October 2025); A&O Shearman, “UPC Guidance on inventive step” (December 2025).


10. 한국 출원인의 실무 함의

상황권장 전략
출원 단계명세서에 기술적 효과를 명시적으로 기재. OTP 도출과 Would 기준 항변의 근거가 됨
심사관 거절이유 통지 수령 시인용된 선행기술 결합이 “Could”에 머무는지 “Would”까지 입증되었는지 점검. Would 입증 부재가 가장 강력한 반박 근거
다중 선행기술 결합 공격에 대해기술적 비호환성·반대 가르침 적극 발굴
소프트웨어/비즈니스 방법 발명Comvik 원칙에 따라 기술적 효과로 환원되는 특징에 청구항의 무게중심 배치
UPC 무효 절차 대응EPO의 PSA 논증과 UPC의 holistic 접근을 병행 준비

11. 정리

유럽 특허청의 Could-Would 접근법추상적 자명성 판단을 구조화된 동기 분석으로 전환시킨 40년의 법리 진화의 정점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선행기술이 통상의 기술자를 그 방향으로 논리적으로 이끌었어야 한다. 단지 갈 수 있었던 길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한 줄의 차이가 매년 수천 건의 유럽 특허 출원의 운명을 가른다.

T 2/83에서 출발해 2019년 “hope”의 삭제, 2024년 Guidelines 개정, 2025년 UPC 항소법원의 채택에 이르기까지, Would의 기준은 더 엄격하고, 더 정밀하고, 더 출원인 친화적인 방향으로 일관되게 진화해 왔다. 한국 출원인이 유럽 시장에서 유효한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한 단어가 만드는 차이를 명세서 작성 단계부터 의식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 본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유럽 특허 출원·이의신청·무효심판 전략은 유럽 특허변리사(European Patent Attorney) 자격을 보유한 전문가와의 개별 자문을 통해 결정하기를 권한다.


📎 참고 자료

  1. European Patent Convention, Article 56 (Inventive Step).
  2. EPO Guidelines for Examination, Part G-VII (Inventive Step), March 2024 Edition.
  3. T 2/83,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1984) — Could-Would 접근법의 출발점.
  4. T 229/85,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 후견 편향 방지 원칙.
  5. T 389/86,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 부분 문제(partial problems) 법리.
  6. T 641/00 (Comvik), Technical Board of Appeal 3.5.01 (26 September 2002) — 비기술적 특징의 진보성 평가.
  7. T 800/91,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 경향적 문제 정식화 금지.
  8. T 646/22, Technical Board of Appeal, EPO — 객관적 기술적 문제 정의 최신 사례.
  9. Case Law of the Boards of Appeal of the EPO, Chapter I.D (10th Edition, July 2022).
  10. UPC_CoA_335/2023 (10x Genomics v Nanostring), UPC Court of Appeal — Would-not-Could 원칙 채택.
  11. UPC_CFI_1/2023 (Sanofi v Amgen), UPC Munich Central Division — 진보성 판단 일반론.
  12. UPC_CFI_239/2023 (Plant-E v Arkyne), UPC — Could vs Would 명시적 구분.
  13. Kluwer Patent Blog, “Hope or no hope in inventive step, that is the question” (2020).
  14. J A Kemp, “The UPC’s evolving approach to inventive step”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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