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IT가 테스토스테론을 올리는 진짜 이유 — 젖산이 누르는 cAMP 스위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나 무거운 중량의 저항 운동을 마친 직후, 혈중 테스토스테론은 일시적으로 급격히 상승한다.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그 폭은 커진다. 이 현상의 배후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 → 호르몬 → 고환의 축 외에도, 근육에서 분비되는 한 가지 대사산물이 호르몬 신호를 우회하여 고환을 직접 자극하는 흥미로운 지름길이 존재한다. 그 주인공이 바로 젖산(lactate) 이다.

본 글에서는 고강도 운동이 테스토스테론을 끌어올리는 분자 메커니즘을 cAMP-PKA-StAR 경로 중심으로 정리하고, 젖산의 LH 비의존적 직접 자극이 어떻게 이 경로의 핵심 활성화 인자가 되는지를 논문 근거로 분석한다.


1. 첫 번째 경로 — HPG 축을 통한 정통 호르몬 신호

테스토스테론 합성의 고전적 출발점은 뇌이다. 고강도 운동은 신체에 강한 생리적 자극을 주어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 축(Hypothalamic-Pituitary-Gonadal axis, HPG axis) 을 활성화한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된 GnRH가 뇌하수체 전엽을 자극하여 황체형성호르몬(LH) 을 혈류로 분비시킨다.

분비된 LH는 고환의 라이디히 세포(Leydig cell) 표면에 위치한 LHCGR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 수용체는 Gs 단백질과 짝지어진 GPCR이며, 결합 즉시 세포막에 부착된 아데닐산 고리화효소(adenylate cyclase) 를 활성화한다. 이 효소는 세포 내 ATP를 cAMP로 변환하여 라이디히 세포 내부의 cAMP 농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상승한 cAMP는 곧이어 단백질 인산화효소 A(PKA) 를 활성화하며, 활성화된 PKA는 결정적 두 가지 작업을 수행한다.

  1. StAR(Steroidogenic Acute Regulatory) 단백질의 발현 유도와 인산화. StAR는 테스토스테론의 원료인 콜레스테롤을 미토콘드리아 외막에서 내막으로 이동시키는 운반자 역할을 하며, 이 단계가 스테로이드 합성의 율속 단계(rate-limiting step) 이다.
  2. CYP11A1(P450scc) 등 스테로이드 합성효소의 발현 촉진.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도달한 콜레스테롤은 이 효소들을 거쳐 프레그네놀론을 경유한 뒤 최종적으로 테스토스테론으로 전환된다.

이 LH → cAMP → PKA → StAR → 테스토스테론 캐스케이드는 1980년대부터 확립된 라이디히 세포 스테로이드 합성의 정통 모델이다.


2. 두 번째 경로 — 젖산의 우회 지름길

여기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1990년대 후반까지 운동 후 테스토스테론 상승은 대부분 LH 매개로 설명되어 왔다. 그런데 LH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은 오른다는 관찰이 누적되면서, 다른 경로의 존재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2-1. Lu et al. (1997) — 최초의 발견

대만 양밍대학교 연구팀이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발표한 연구는 이 의문을 해결하는 첫 단서를 제공하였다. 수컷 쥐를 30분간 수영시킨 결과:

  • 운동 후 10·15·30분 시점에 혈장 젖산과 테스토스테론이 동반 상승
  • 젖산을 직접 정맥 주입해도 동일한 테스토스테론 상승이 재현됨
  • 분리된 고환 조직에 젖산을 처리하자 cAMP와 테스토스테론이 모두 용량 의존적으로 증가
  • 시상하부 조직에 젖산을 처리하자 GnRH 분비도 증가

이는 젖산이 두 갈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보여준 연구였다. 하나는 시상하부 GnRH 분비 자극이고, 다른 하나는 고환 조직에서 cAMP 생성을 직접 유도하는 경로이다. 결론은 명확하였다. “운동 시 테스토스테론 상승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LH와 무관한 젖산의 직접 자극에 의해 매개된다.”

📚 Lu SS, Lau CP, Tung YF, et al. (1997). Lactate and the effects of exercise on testosterone secretion: evidence for the involvement of a cAMP-mediated mechanism.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2. Lin et al. (2001) — 정량적 증명

같은 연구팀은 4년 뒤 Journal of Cellular Biochemistry에 후속 연구를 발표하며 젖산의 직접 작용을 정량적으로 입증하였다.

  • Percoll 밀도 구배로 순수 분리한 라이디히 세포에 5~20 mM 젖산을 처리
  • 테스토스테론 기초 분비량이 63~187% 용량 의존적으로 증가
  • 메커니즘: 아데닐산 고리화효소 활성↑ → cAMP↑ → P450scc 활성↑ → L형 Ca²⁺ 채널 활성↑

이때 사용된 5~20 mM이라는 농도는 고강도 운동 직후 실제 인체 혈중 젖산 농도와 일치한다. 즉 일상적인 HIIT 한 세션이 라이디히 세포를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생리학적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 Lin H, Wang SW, Wang RY, Wang PS (2001). Stimulatory effect of lactate on testosterone production by rat Leydig cells. Journal of Cellular Biochemistry, 83(1):147-154.

2-3. 젖산을 “운동호르몬(exerkine)”으로 재정의한 최신 관점

2022년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발표된 George Brooks 연구팀의 종합 리뷰는 젖산을 단순한 대사 노폐물에서 마이오카인(myokine)이자 운동호르몬(exerkine)으로 재정의하였다. 젖산은 근육에서 생성되어 혈류를 통해 다른 장기로 이동하며 신호 분자로 작용한다. 그 신호의 한 종착지가 바로 라이디히 세포의 cAMP 시스템이다.

📚 Brooks GA et al. (2022). Lactate as a myokine and exerkine: drivers and signals of physiology and metabolism.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3. 세 번째 경로 — 카테콜아민의 시너지

고강도 운동 시 폭발적으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카테콜아민도 cAMP 상승에 기여한다. 이들은 β-아드레날린 수용체(β-AR)를 통해 라이디히 세포를 포함한 전신 세포의 cAMP 농도를 추가로 끌어올리며, 카테콜아민 자극은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비례하여 강해진다.

결과적으로 HIIT는 세 갈래의 자극이 cAMP라는 한 노드로 수렴하는 강력한 생화학적 사건이다.

  • 경로 ① HIIT → 시상하부 → LH → 라이디히 세포 LHCGR → 아데닐산 고리화효소 → cAMP↑
  • 경로 ② HIIT → 근육 젖산 폭증 → 고환 조직 직접 자극 → cAMP↑
  • 경로 ③ HIIT → 부신·교감신경 → 카테콜아민 → β-AR → cAMP↑

이 세 경로가 동시에, 같은 종착점에서 합쳐지면서 라이디히 세포의 cAMP-PKA-StAR 시스템은 평소보다 훨씬 강력하게 가동된다.


4. 임상적 함의 — 어떤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가

2025년 PeerJ에 발표된 무작위대조시험 메타분석(15편, 251명)은 다음과 같은 실용적 결론을 제시한다.

  • 저항운동 후 테스토스테론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며 회복 시간이 길다(수 시간 이상)
  • 유산소 운동 후에는 약 1시간 내 베이스라인으로 회복된다
  • 중강도~고강도 운동은 HPG 축을 자극하여 일시적 상승을 유도한다
  • 젖산 임계점(lactate threshold)을 명확히 넘기는 강도가 cAMP 자극에 핵심적이다

📚 Cao C et al. (2025). PeerJ, Effect of acute exercise on the dynamics of testosterone levels.


5. 짚어둘 한계 — 코르티솔의 역작용

균형 잡힌 결론을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운동 강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회복 없이 반복되는 경우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동반 상승한다. 2017년 Journal of Cellular Physiology에 발표된 Hsu 등의 연구는 코르티스테론(코르티솔의 동물 형태)이 라이디히 세포의 PKA와 P450scc 발현을 하향조절하여 젖산이 자극하는 cAMP 경로를 억제함을 입증하였다.

📚 Hsu HK et al. (2017). Interactive Effect of Corticosterone and Lactate on Regulation of Testosterone Production in Rat Leydig Cells. J Cell Physiol, 232:2135-2144.

즉 적정 강도와 회복이 동반될 때 cAMP-PKA-StAR 경로는 최적으로 작동하며, 과훈련 상태에서는 코르티솔이 이 경로를 차단해 오히려 테스토스테론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로 만성 과훈련 운동선수에서 운동성 저성선기능증(exercise-hypogonadal male condition) 이 보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 정리

테스토스테론 합성의 분자 핵심은 라이디히 세포 내부의 cAMP-PKA-StAR 캐스케이드 한 가지로 압축된다. 고강도 운동은 LH·젖산·카테콜아민이라는 세 갈래의 자극을 통해 이 캐스케이드를 동시에 활성화하며, 그중에서도 젖산의 LH 비의존적 직접 자극은 비교적 최근에 밝혀진 흥미로운 지름길이다. 운동의 호르몬 효과는 단순한 신경내분비적 반응이 아니라, 근육 대사가 직접 만들어내는 분자 신호의 결과물이라는 관점이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다만 이 경로는 적정 강도와 회복이 동반될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 코르티솔이라는 역방향 신호가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을 설계하는 것이 호르몬 측면의 운동 효과를 최대화하는 핵심 원칙이다.


📎 참고 문헌

  1. Lu, S. S., Lau, C. P., Tung, Y. F., et al. (1997). Lactate and the effects of exercise on testosterone secretion: evidence for the involvement of a cAMP-mediated mechanism.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 Lin, H., Wang, S. W., Wang, R. Y., & Wang, P. S. (2001). Stimulatory effect of lactate on testosterone production by rat Leydig cells. Journal of Cellular Biochemistry, 83(1), 147-154.
  3. Hsu, H. K., Yang, R. C., Shih, H. C., et al. (2017). Interactive Effect of Corticosterone and Lactate on Regulation of Testosterone Production in Rat Leydig Cells. Journal of Cellular Physiology, 232(8), 2135-2144.
  4. Brooks, G. A., Curl, C. C., Leija, R. G., et al. (2022). Lactate as a myokine and exerkine: drivers and signals of physiology and metabolism.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133(3), 529-548.
  5. Hayes, L. D., & Elliott, B. T. (2020). Links Between Testosterone, Oestrogen, and the Growth Hormone/Insulin-Like Growth Factor Axis and Resistance Exercise Muscle Adaptations. Frontiers in Physiology, 11:621226.
  6. Cao, C., Liu, J., Wang, R., et al. (2025). Effect of acute exercise on the dynamics of testosterone levels: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PeerJ.
  7. Stocco, D. M., & Clark, B. J. (1996). Regulation of the Acute Production of Steroids in Steroidogenic Cells. Endocrine Reviews, 17(3), 221-244.
  8. Manna, P. R., Stetson, C. L., Slominski, A. T., & Pruitt, K. (2016). Role of the steroidogenic acute regulatory protein in health and disease. Endocrine, 51(1),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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